본문 바로가기

STUDY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포커스]경희궁에 프라다가 어울릴까?

서울시 적극 지원속에 명품 브랜드가 설치한 대형 전시장 들어서


사적 제271호로 조선의 임금이 살던 경희궁 앞뜰에 누에고치처럼 생긴 흰색 건축물이 들어섰다. 해외 유명 패션브랜드 프라다가 네덜란드의 세계적 건축가 렘 쿨하우스에게 의뢰해 만든 회전형 전시장이다. 프라다는 이곳에서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8월 말까지 4개월여 동안 스커트 전시, 영화 상영, 설치미술 전시 등을 잇따라 연다. 전시장은 회전할 수 있게 돼 있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

4월 23일 개막식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유 장관은 “이번 행사가 한국관광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의 해 위원회는 이번 행사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2010~2012년 한국방문의 해 사전 분위기 조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재를, 그것도 옛 왕조의 역사가 깃든 궁궐의 앞마당을 서양의 대표적 명품브랜드의 마케팅 공간으로 내준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프라다 측은 이번 행사가 상업적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프라다의 철학을 알리는 문화행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행사가 성사되는 데는 서울시의 역할이 컸다. 2006년 샤넬이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와 손잡고 개최한 건축예술프로젝트 ‘모바일 아트’의 서울(시청광장) 개최 요청을 거절한 뒤 비판 여론이 인 것을 의식한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정영준 서울시 문화산업담당관 문화산업정책팀장은 “서울보다 프라다의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은 게 현실이고, 프라다 측이 이번 행사를 하면서 200명에 달하는 외신 기자를 초청하기로 함으로써 이들을 통해 경희궁과 서울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100억 원에 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주은 프라다코리아 부장은 “개막식 때 14개국 167명의 기자가 프라다의 초청으로 내한했다”며 “단순히 프라다 행사만 조명하는 수준이 아니라 경희궁 그리고 서울 관광과 연계한 기사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희궁은 국가지정 문화재인 동시에 공원부지이기 때문에 프라다는 이곳에 건축물을 짓기 위해 문화재청과 종로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에 서울시 관계자가 와서 이 행사에 대한 관리 및 안전 등 행사 전반에 대한 사항을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책임을 지고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해 조건부로 사용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종로구청에도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덕분에 프라다는 공사 기간을 포함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 8월 31일까지 점용료 5028만8350원을 내고 경희궁 부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건축물에 들어간 비용 50억 원을 포함해 프라다는 이번 경희궁에서의 트랜스포머 프로젝트를 위해 100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선조 5대 궁궐 중 하나로 그동안 시민들의 한낮 휴식처로도 각광받던 경희궁과 해외 명품브랜드의 기하학적 건축물은 조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입구에서 보면 부드러움 속에 웅장한 기개를 품은 옛 궁궐 자태의 한 면을 이 건축물의 둥근 면이 가로막고 있다.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프라다가 세운 이 건축물과 그 안의 콘텐츠가 외국인 관광객을 증가시키고 서울을 홍보하는데 효과가 꽤 클 것으로 장담하지만 정작 경희궁을 찾은 외국인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느낄까. 한국의 옛 전통문화일까,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파워일까.

<글·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프라다의 트랜스포머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다소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기사입니다. 하나의 현상 혹은 일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지만. 글쎄요, 결국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요. 트랜스포머 프로젝트에 대한 경비나 과정 면에서 꽤 자세한 정보가 담긴 기사인지라 이곳에 옮겨 봅니다. 

출처) 2009년 5월 12일, 위클리 경향 8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