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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프라다 트랜스 포머 프로젝트] 미우치아 프라다, 경희궁에서 만나다!

<단독>국내석상에 첫 등장한 미우치아 프라다…“도전은 나의 길”


여간해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프라다(PRADA)의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60)가 지난 23일 저녁 서울 경희궁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라다가 오랜 준비를 거쳐 야심적으로 펼치는 복합 설치프로젝트 ‘프라다 트랜스포머(Transformer)’의 개관기념 오프닝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두차례 서울을 찾은 적은 있으나 공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화제를 모았다.

이날 오프닝 파티에 참석한 인사들은 명품 패션브랜드 ‘프라다(e1913~)’를 이끄는 톱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가 과연 어떤 차림으로 나타날지 모두 궁금해 했다. 이같은 관심사에 부응이라도 하듯 미우치아는 세로의 길쭉한 합성고무판(검정의 작은 장식들이 촘촘히 달려있는)을 마치 오브제처럼 전면에 연속적으로 이어붙인 독특한 블랙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여타 VIP참석자들의 우아한 차림에 비한다면 현격하게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드레스였지만 미우치아에게 썩 잘 어울렸고, 멋진 하이힐과 귀걸이로 포인트를 주었다. 미우치아 자신이 이 옷 한벌로 ‘가장 프라다다운 스타일’(파격적인 소재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는)을 보여준 셈. 말은 거의 하지 않은채, 작은 체구에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었지만 그에게선 남다른 면모(포스)가 느껴졌다.



평소 자신을 드러내길 즐기지않는 그답게 이날 파티에서도 미우치아는 간간이 미소만 띄울 뿐 스피치라든가 공식행사에선 남편이자 프라다 CEO인 파트리지오 베르텔리(63) 회장를 전적으로 앞세웠다. 또 오랜 동지인 건축가 렘 쿨하스(65)를 일관되게 주인공으로 내세우곤 했다. 정치학도(밀라노대) 출신으로 할아버지 마리오 프라다(Mario Prada)가 1913년 일으킨 사업을 1978년 이어받아 프라다를 세계적 명품브랜드로 키운 이 여성은 새로운 것과 이슈거리를 유난히 즐기는 한국인들이 ‘트랜스포머’에 큰 관심을 표명하자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또 오프닝 파티에서 영어로 답사를 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피치를 주의깊게 듣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논란도 많았지만 명품업체 프라다(PRADA)가 서울 경희궁에 선보인 신개념의 다면체 구조물 ‘프라다 트랜스포머(Transformer)’는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지금껏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변신하는 구조물’이란 점 때문에 미국의 CNN, 영국의 더 타임스 등 세계 유수 언론들이 일제히 서울을 찾았거나 찾을 예정이며, 각국 유력인사들도 앞다퉈 내한하고 있다. 아트마케팅을 경쟁적으로 펼쳐왔던 여타 명품업체들도 “놀랍다. 프라다에 크게 한방 먹었다!”는 표정이다. 뿐만 아니라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관람하겠다는 대중들의 인터넷 웹사이트(www.pradatransformer.co.kr 무료관람)예약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 경희궁 앞뜰에 모습을 드러낸 20m 높이의 ‘트랜스포머’는 명품브랜드인 프라다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프라다의 도전정신과 창조성을 한눈에 입증해 주고 있는 것. 기중기에 의해 구조물이 빙글 돌려져 6개월간 네 차례에 걸쳐 다른 형태를 드러내며 패션, 영화, 미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차례로 담아낼 ‘트랜스포머 프로젝트’에는 자그만치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서울에서 한 번 선보이곤 당분간 다른 도시에서의 계획이 잡혀있지 않는 이 무모(?)한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세계가 주목하는 크리에이터 미우치아 프라다가 있다.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에 오르며 프라다를 가장 도전적인 명품브랜드로 이끌고 있는 그의 창조적 역량을 세 가지 핵심키워드로 살펴봤다.


▶혁신을 꿈꿔라=프라다는 럭셔리업체들 사이에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업체’로 정평이 나있다. 늘 깜짝 놀랄 만한 변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모든 명품업체가 긴축모드에 돌입해 있고(프라다 역시 수익구조 등이 전만 못한 상황이지만), 프라다는 100억여원을 쏟아부으며 가공할 만한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6개월간 서울에서만 선보일 순수 아트프로젝트에 거액을 투입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좀처럼 쉽지않은 일이다. 일체의 상업적 고려도 없이 아트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것은 미우치아가 아니고선 어렵다.

미우치아의 오랜 파트너이자 이번 트랜스포머를 디자인한 건축가 렘 쿨하스 조차 “유럽도 아닌 서울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구현하게 된 것은 미우치아이기에 가능했다”고 되뇔 정도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최근 트랜스포머와 관련해 ‘Interview’라는 잡지와 가진 대담(설치미술가 프란체스코 베졸리, 렘 쿨하스 참석)에서 “그것은 분명 ‘도전(challenge)’이자 ‘위험(risk)’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끌리고, 그걸 즐긴다”고 밝힌바 있다. 고여 있는 물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성향답게 늘 변화를 꿈꾸고 거침없이 도전해온 그는 이번에 오랜 꿈을 또다시 이룬 셈이다.

이 대담에서 세 사람은 “어째서 서울이냐”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미우치아는 “밀라노에서는 정말이지 할 만큼 했다. 보다 새로운 장소가 필요하다”며 “서울은 대단히 역동적이고, 새로운 것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다이나믹한 메가시티여서 우리가 추진하는 ‘트랜스포머’와 썩 잘 어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곧 선보일 ‘프라다 트랜스포머’가 다른 이들에게 우리 자신을 과시하는 ‘쇼 업’으로 읽혀질까봐 좀 곤혹스럽다. 물론 쇼잉 업(showing off)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정말이지 특별한 걸 원한다. 문화예술의 여러 장르를 한 곳에서 구조물을 바꿔가며 담을 수 있다면 정말 대단히 획기적인 시도 아니냐?”고 반문한바 있다. 이는 ‘트랜스포머’가 형태를 바꿔가며 움직이는 건축물인 동시에, 명품업체 프라다와 미우치아가 지향하는 새로운 비전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육각형, 원형, 십자, 사각형을 각면으로 결합한 4면체 구조물이 크레인에 의해 들어올려져 회전할 때마다 4가지 형태를 띄며 4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일 트랜스포머는 미우치아의 독려에 의해 탄생했다. 이미 많은 업체들이 시도한 파빌리온(가설건축물)을 세워 진행하는 이벤트에 싫증을 느낀 미우치아는 이와 전혀 궤를 달리하는 프로젝트를 원했고, 렘 쿨하스와의 수십 차례 논의 끝에 트랜스포머를 실현하게 됐다.

기자회견에서 렘 쿨하스는 “‘움직임’ 자체가 콘셉트이고 한 건물에서 패션 미술 영화가 맞물리며 펼쳐지는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트랜스포머는 ‘건축물은 딱딱하고 움직일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일거에 깨뜨린, 세계에서 가장 부드러운 건축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발하고 도전적인 구조물을 세우자 패션계에선 “역시 프라다답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혁신과 창조성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는 프라다의 특성을 전 세계에 확실하게 드러냈다는 것.

혁신과 창의성은 실제로 프라다그룹의 원동력이다. 프라다는 “우리는 제품을 팔지 않고, 아이디어를 팔 뿐이다”는 기치 아래 혁신적인 디자인 솔루션은 물론, 제조방식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적용되는 제조공정에서뿐 아니라 참신한 판매방식, 독특한 플래그십스토어와 고객관리 모델, 미술 건축 영화계와의 심도있는 소통을 이어왔다. ‘명품업체의 핸드백은 당연히 최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1978년 나일론 재질의 테스토 벨리 백을 선보여 파란을 일으킨 기업답게 프라다는 오늘도 혁신과 새로운 가치를 최고 목표로 삼고 있다. 이같은 차별화에 힘입어 프라다는 ‘첨단 트렌드의 결정체’로 각인되고 있고, 전 세계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소통이 가능한 글로벌 명품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디자인 한 건축가 렘 쿨하스>

▶아트를 담아라=프라다그룹은 ‘비즈니스’와 ‘문화예술’을 거의 같은 선상에 놓을 정도로 아트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물론 명품업체들이 문화예술과 손잡는 것은 너무 흔해 이제 대단할 것도 없지만 프라다그룹의 전략은 가히 독보적이다. 패션업체라기보다는 문화예술업체로 규정지어야 할 정도로 문화예술 사업을 과감하게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보다는 스스로의 내면과, 사안의 본질에 집중하는 미우치아 프라다는 전위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예술(특히 현대미술과 영화)에 대한 애정이 유별나다. 정해진 규칙에 반전을 꾀하거나. ‘미학적 대립’을 통해 세간의 예상을 뒤엎는 것을 즐긴다. 1993년 남편(프라다 CEO인 파트리지오 베르텔리 회장)과 함께 프라다재단을 만든 미우치아는 가장 급진적이며 지적인 도전을 펼치는 아트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은 작품 한 점에 수십억 원을 훌쩍 호가하는 제프 쿤스며 데미안 허스트, 애니시 카푸어 같은 스타작가를 이미 10~15년 전에 발굴해 전시를 열었는가 하면, 미국 작가 댄 플래빈에게 밀라노 Chiesa Rossa의 작은 성당에 형광등 설치작업및 조명작업(1988년)을 하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1995년에는 마크 디 수베로의 대형 조각작품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베니스 한복판에 설치해 호평을 받았고, 루이스 부르조아(1997년), 샘 테일러-우드(1998년), 마리코 모리(1999년), 마크 퀸(2000년) 등의 전시도 밀라노의 본사 갤러리에서 개최한바 있다. 이들 작가의 전시 후에는 작가론을 담은 책을 각각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 트랜스포머에서 진행될 네가지의 프로젝트 중에도 미우치아는 스웨덴 출신의 아티스트 나탈리 유르베르그의 작품전을 택했다. 유르베르그의 작품은 럭셔리업체가 선택하기에는 지나치게 도발적이고, 논쟁적인 작업이지만 이미 지난해 4월 밀라노의 폰다치오네 프라다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미우치아 프라다(그리고 트랜스포머의 예술감독인 제르마노 첼란트)는 유르베르그의 작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르베르그는  ‘턴 인투 미(turn into me)’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트랜스포머 전시에서 밀라노 전시에서 선보여졌던 작품 외에, 신작도 곁들일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미우치아 프라다는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 트라이베카영화제 등 독립예술영화 진영을 지원하는 일을 꾸준히 계속해왔다. 이번 트랜스포머에서도 스커트전시에 이어 두번째 이벤트로는 파격적인 영화제를 마련했다. 영화 ‘바벨(Babel) ’ 등으로 널리 알려진 멕시코 출신의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와 영화평론가 엘비스 미첼에 의뢰해 장르와 시대, 대륙을 넘나드는 개성적인 영화를 선보이는 영화제(육체, 정신, 그리고 영혼)를 6월 26일부터 7월 12일까지 개최하는 것.

또 미우치아 프라다 커플은 밀라노 남부의 라르고 이사르코(Largo Isarco)라는 지역의 대형 창고부지를 매입해 2013년을 목표로 또다른 문화예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여개 건물로 이뤄진 이곳은 뮤지엄, 영화파크, 수장고, 아카이브, 아트숍, 카페가 들어설 예정으로 밀라노의 새 명물이 될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예술감독인 제르마노 첼란트는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이제 프라다는 단순히 패션업체가 아니라 문화예술계 지평을 뒤흔들, 신개념의 상상력 공작소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경희궁의 프라다 트랜스포머 내부>

▶전통을 중시하라=프라다는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클래식’(고전)의 힘을 믿는 기업이다. 프라다 스스로도 3년 후면 100주년을 맞는 전통 깊은 기업인 데다, 혁신은 전통의 뿌리에서 나옴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트랜스포머 프로젝트도 프라다는 조선 궁궐(경희궁)에 세우길 고집했다. 가장 첨단을 달리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고풍스런 전통 공간과 만나야 한다고 믿은 것.
그러나 문화연대 등 문화단체들은 조선의 정궁(正宮)에 외국 명품업체 구조물이 들어서는 걸 마땅찮아 했다. 게다가 지난 2월 철골공사 중 잔디가 불에 타자 문화NGO들은 ‘한국문화유산 홍보’를 앞세우며 ‘사적지 현상변경 신청’을 낸 프라다를 승인해준 문화재청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프라다는 ‘행사 후 완벽한 복원’을 약속하며 서울시와 문화부를 설득했고, 여러 난관 끝에 경희궁 내에 첨단 구조물을 선보이게 됐다. 지난 2007년 프랑스 명품업체 카르티에가 덕수궁 석조전(덕수궁미술관)에서 보석전시를 열기는 했지만, 궁궐에 별도의 초대형 구조물을 설치하고, 프로젝트를 펼친 것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다. 프라다는 또 고궁의 처마선, 조각보, 죽부인 등을 차용한 한국 대학생들의 스커트를 트랜스포머 첫 프로그램인 ‘Waist Down-프라다의 스커트’전(5월24일까지)에 프라다 스커트들과 함께 내걸며 동양과의 만남및 연대도 시도했다.

다수의 국제미술전을 기획해온 이원일 감독은 “프라다가 고궁을 고집한 것은 극과 극은 통할 수 있고, 거기서 새로운 융합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프라다의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면밀히 연구해 더 진일보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펼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수없이 많은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 관련 기사를 읽었지만, 그중 가장 자세하고 세부사항 및 배경까지 알 수 있는 기사는 이것인 듯 하여 옮깁니다. 지난 달 23일에 방한했던 미우치아 프라다의 모습까지 담겨 있으니 말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좀 길어도 끝까지 읽어보시길.

사담이지만, 미우치아 여사가 탤런트 송옥숙 씨와 닮았다고 느끼는 건..저 뿐일까요? 하하 

출처) 2009년 4월 29일 해럴드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