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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편협해서 아름다운 책방, 유어 마인드

편협해서 아름다운 책방, 유어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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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책방 유어마인드(YOUR MIND) 이로&모모미

                     *유어마인드 자체 출판물이자 이로(iro)의 1인 잡지 수상한m 4호

<유어 마인드>는 많이도 닮은 두 사람 이로와 모모미가 운영하는 온라인 책방이다. 온라인 서점이 아닌, 책방이라 이름 붙은 것은 그들만의 편협함이 모여든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온갖 책들을 다 파는 서점이 아니길 바랐기에, 자신이 지닌 취향의 기준을 세우고,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 책들은 한 켠으로 물려 두고, 결국 몇 개의 카테고리만 남겼다. 그렇게 소규모의, 종류도 풍부하지 않은 편협한 책방을 열었다. 없는 책이 더 많지만, 그것을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과는 더 깊이 통할 수 있는 그런 곳, 국내외의 소규모 출판물과 독립출판물 오래된 수집책들을 모으는 책방 주인, 이로와 모모미의 이야기다.

                                                                                            Editor 이수빈         

Q 독립출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이 관심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요?

특별히 “독립”출판에 관심을 두었던 적은 없어요. 다만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출판을 하였을 뿐인데, 그것이 독립적인 방법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답변에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언제라도 2,000부-3,000부 찍을 수 있다면 해보고 싶어요. 지금의 생각이나 고집을 유지할 수 있다면 방식이나 규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독립출판과 소규모출판이 동의어 인 것 같기도 하고, 독립출판과 Self-Publishing이 같은 뜻인 것 같기도 합니다. 독립출판, 소규모출판, Self-Publishing 의 차이는 뭘까요?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인데, 사실 독립출판이라는 말에는 좀 어감상 “척”하려는 기운이 들어 있어요. 주류에 속하지 않는, 상업으로부터 독립된-이라는 뜻으로 시작되었지만 최근에는 투사의 이미지, 마치 게릴라라도 펼칠듯한 이미지도 덧씌워져 있는 느낌입니다. 저 언어들에 “차이”라면 순전히 어떤 방식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냐의 차이이지, 본질이 다른 것은 아니에요. 독립-은 아무래도 주류/비주류의 이분법에, 소규모-는 제작여건과 파급효과에, 셀프-는 주체에 초점을 맞춘 거죠. 결국 작은 단위의 사람들이 이윤에 목숨 걸지 않고 만드는 자유로운 출판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Q 두 분은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기도 하고, 일적으로도 잘 맞는 파트너이기도 한 것 같네요.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나요?

언니네 이발관의 월요병 콘서트장에서 처음 만났는데요. 극적인 이야기나 사건들도 많아서,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을 역사를 가진 커플입니다. 누가 누구를 이쪽으로 이끌었다기보다, 처음부터 관심사가 같았어요. 함께 있으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하게 되었다는 편이 맞는 설명인 것 같습니다. 유어마인드에 대한 아이디어나 진행도 서로의 생각들이 뒤섞여 있고요.

Q 독립출판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아는 것. 그 기준, 그리고 마이너스요. 풀어서 설명하면,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어하는지를 명확하게 세밀하게 따져놓는 일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세워진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계속 컨텐츠를 빼나가는 거예요.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편집장의 말도 빼고, 페이지 넘버도 빼고, 디자인요소들도 빼고 아무리 유행해도 빼고. “셀프”퍼블리싱인데 내가 아닌 타인의 상식을 기준 삼아 만드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그야말로 “셀프”에 충실할 것. 그리고 그 이기가 어설픈 충고와 위로보다 더 맑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늘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요.

Q수많은 독립출판물들을 보셨을 텐데요,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잡지 2권씩만 꼽아 주세요. 그 이유도요.

유어마인드에 입점되어 있는 출판물 중 몇을 꼽는 건 유통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우를 범하는 것 같으니 살짝 피하고요. (그렇다고 수상한m이나 non-project를 꼽을 수도 없으니까요) 얼마 전에 GRAPHIC 편집장님께 외국의 아티스트가 자신이 홀로 만든 잡지를 국제우편으로 보내왔어요. 그 어떤 코멘트도 없이 잡지 한 권을 덜렁 말이죠. “이미 이 잡지에 내가 모두 표현되어 있으니 부가적인 말은 필요 없다”는 듯한. 그런 에너지를 지닌 잡지가 좋아요. 서로 의도나 해석은 달라도 내가 만드는 시간이 있었고 당신이 읽는 시간이 있으면 100% 만족이라는 기운들이 좋아요.

Q 이로와 모모미씨는 직접 책(잡지)를 출판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신데요, 프로젝트마다 저마다 개성과 컨셉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일(창작해내야 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나요? 끊임없이 창작 할 수 있는 비법이 있나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든지 “무조건 재밌게 가자”라는 식의 말 싫어해요. 다소 고통스럽거나 멍청한 방식들일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그렇게 가야 할 때가 사실 더 많거든요. 어렵지 않냐고 물어보셨는데, 고백하면 너무 어려워요. 순간순간 미칠 것 같고. 답답하고, 그렇죠. “최대한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짓말 하지 않겠어요. 단편단편의 어려움들이 최후의 꿈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어렵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Q 두 분의 앞으로 꿈, 혹은 YOUR-MIND의 꿈은?

지금 유어마인드의 이름으로 꾸는 꿈은, 작은 오프라인 책방을 병행하는 것, 문화적인 공간들에 작게라도 저희의 섹션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일본에 지점을 내어 언어 없이도 통할 수 있는 잡지들을 주고받는 것. 이 정도입니다-라고 말하려고 보니 또 멍청한 꿈을 꾸는 것 같지만, 이런 계획들을 말할 때 가장 신이 나요. 진짜 될 것처럼 말하면서 준비하고 준비하면 놀랍게 정말 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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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플레이라운지가 만난 사람들>은?
<더/플레이라운지가 만난 사람들>은 이야기가 있는 뉴스레터 <톡톡 라운지 Talk Talk Lounge>의 고정 칼럼입니다. 매월 더/플레이라운지가 만난 사람 중에 우리만 알고 있기 아까운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유어마인드와의 인터뷰는 곧 <톡톡 라운지 Vol.9>로 발행될 예정이나 먼저 맛보기로 보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