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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왜 겐조는 이런 행사를 했을까?


  3/5, 겐조 향수 론칭 행사에 다녀 왔습니다. 에디터스쿨의 피처 현장 실습의 하나로, 다른 조원들과 함께! 역삼동 헤븐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제겐 11시부터 시작이라는 것부터 어마어마한 무리수였습니다. 그리고 장소로서 한국의 클럽엔 처음 가 보는 터라 (그렇다고 외국에서 가본 것도 아닙니다) 약간 '신세계 경험'이란 컨셉으로 행사에 임했습니다. 클러빙을 즐기는 사람들로 꽉 찬 행사장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겐조는 이런 행사를 했을까?'



  입구에는 광고와 함께, 향수를 뿌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언니(과연 제게 언니일까만) 두 명이 있었습니다. 어둡고 화질이 너무 좋지 않아 향수 분사기 사진은 생략. 여기까진 여느 향수 행사의 본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디제잉이 벌어지고 있는 행사장 안이었습니다. 이미 담배 연기로 꽉 찬 클럽에서, 향수를 뿌린 의미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소비자 심리학에서도 '후각'과 '향'은 매우 의미 있는 감각으로 다루어집니다. 촉각과 후각은 기억보다 우세한 것으로, 언어보다 깊이 회상 될 수 있습니다. 향수의 판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아무리 클럽이라고 해도 담배 냄새는 나지 않도록 했어야 합니다. 향수 본연의 향기를 맡을 수 없을 뿐더러, 담배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불쾌한 기억'이 될 테니까요.
 


  레이저는 그런 대로 볼만 했습니다. 입체적으로 보이는 신기한 효과도 많았고 (사진으로 담긴 어려웠습니다) 일단 '하늘공원'의 레이저쇼 보다는 수준이 높다는 데에 안심했습니다. (하늘공원의 레이저 쇼는 정말...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슬플 뿐입니다.) 그러나 이건 클럽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평범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미디어 아트 쪽으로는 나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암묵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는 식역하 지각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고요. (영화 사이에 콜라와 팝콘을 먹으라는, 매우 순간적인 문구를 넣었더니 콜라와 팝콘의 매출이 올랐다는 연구로 유명하지요.) 겐조의 향수를 주제로 한 영상물이 디제이 뒤로 계속 상영되었습니다. 클럽에서도 처음엔 쭈뼛거리는 한국인들은, 무엇에 홀린 듯이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지요. 그러나 의문입니다. 뿌려준 향수는 케이스의 플라워가 포인트인데, 온갖 겐조 향수 케이스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지가 말입니다. 확대된 겐조의 광고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떠올리지도 못하는) 하나의 향수 이름조차 각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쎄요.

  론칭 행사의 형태가 다양하기에 이 케이스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클럽에서 행사를 연 목표도 분명 있겠지요. 젊은 층의 즐거움과 열정 뭐... 그러한 것들을 목표로 했겠지만, 공공연히 이번 겐조 행사는 '재미 없었다'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공되는 향수 샘플도 작았고, 프리 바가 있던 것도 아닙니다. 코트 체크는 가방을 잠시만 찾아도 추가 비용을 내야 했습니다. 이러한 주변 요인들도 참가자들의 심기를 건들일 만한 것이라면 줄여야 할 것입니다. 비용 대비 광고 효과를 바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참가한 사람들이 그 향수를 구매할 의사가 없다면, 재미가 없었다면 실패한 행사겠지요. 구전을 통해 제품 정보가 전해질 수 있는 여지조차 사라진 것이니까요.

  그러나 저에겐 유익한 행사였습니다. 글에 다 표현하지 못한 가득한 연구 주제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이런 것도 '재미있는 논문'의 주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클럽 안에서 리듬을 타며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던 저에게 조원들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여기까지 와서 공부 생각을 하느냐'는.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납니다. 아직까진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방법은 '잠' 뿐인 것 같습니다.

  겐조는 왜 이런 행사를 연 것일까요? 세계적인 브랜드에서, 알고 있는데 잘 풀리지 않았던 것일까요?

- hyu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