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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s diary

이사

2월과 3월은 더/플레이라운지 식구들에게 새출발의 달입니다.
다들 이사를 했거든요.

다들 취향이 분명하고, 인테리어와 디자인 소품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인지라, 
요즘 새 집을 꾸미는 일에 얼마나 설레여할지
그래서 동시에 이사가 얼마나 각자에게 힘든 일일지 잘 알것 같습니다.

G는 오늘 너무 힘들었습니다.
전날 침대 시트를 고르느라 애먹고, 가구를 몇번이나 옮기느라 온 몸이 피곤해졌기 때문이죠.
그래도 새로 살게 된 동네에 애피타이저 빵이 정말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점이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B는 이제 걸어서 출근할 수 있습니다. 집이 제법 가까워졌거든요.
집 근처의 한적함과 가로수길의 북적거림 사이를 오가게 되었습니다.
사장님이 선물해준 빈티지 브라운관 TV가 갈수록 예뻐보입니다.

N은 이사는 아니지만 인테리어를 새로 하느라 지난주 내내 애먹었습니다.
새롭게 꾸며졌을 집 자랑이 궁금합니다.

K도 곧 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집들이 기대됩니다. 후후후.

A는 교회, 서점 그리고 버거킹 근처로 이사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회사도 나도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버거킹에서 아침을 먹은 뒤
1987년에 출간된 2500원짜리 '돈키호오테' 영문판 한 권 사서 버스에서 '읽읍니다.'



잠자기 전 천장에 누우면 아직 기분이 묘합니다.
과연 여기가 내 집인가. 나는 언제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가.
엥? 과연 내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것이 맞는가?
아무튼 한 주 동안에도 여러 도시를 떠돌아다니며 여기 저기서 잘 자고 있습니다.

새로 쓰게 된 책상 앞에는 더/플레이라운지의 스티커와 워낙에 좋아라하는 랄프로렌 광고를 붙입니다.
첫 월급을 탔을 때 샀던 민음사 문학전집 특별판 세트도 한 쪽에 둡니다. 네. 그냥 전시용.
거울 옆에는 제냐 수 미주라의 광고를 붙이고, 출근할 땐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뭐 물론 정장을 입기는 커녕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데다가
집이 저리 고풍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뭐 괜시리 정갈해지는 기분이 좋습니다. 허허.


이제 출근용 자전거만 사면 됩니다. 
자전거가 스쿠터보다는 환경에 좋을 것 같아서 라기 보다는 나랑도 가로수길이랑도 더 잘어울릴 것 같아서.





다들 집이 가까워지자 사장님은 좋아하십니다.
이제 다 사장님 손바닥 안에 있게 됐으니. 하하하.


가로수길에도 봄을 찾아 새로 들어오는 상점들이 있습니다.

아직 조금 쌀쌀하지만, 이렇게 이사와 함께
더/플레이라운지에도 봄날의 기운이 조금 들어섭니다.


많은 대학생 여러분, 사회 초년생 여러분의 새출발도 정말 축하드려요~!


by Seoul Holmes